한때 ‘현금 부자’로 불리며 재계 5위를 굳건히 지켜왔던 롯데그룹.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롯데는 재무 불안정과 함께 차입금 39조 원이라는 수치로 대한민국 경제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무엇이 이런 위기를 초래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롯데 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봅니다.
1. 롯데의 재무 구조 변화 – 무차입 경영에서 차입 확대로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 롯데는 ‘거화취실’이라는 철학 아래 무차입 경영을 고수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신동빈 회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공격적 M&A와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차입 중심의 경영 전략을 도입하게 됩니다.
하이마트, KT렌탈, 삼성 화학 계열사 인수 등 굵직한 딜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롯데의 부채 규모도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그룹의 핵심 수익원으로 집중 육성되며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섰습니다.
2. 롯데케미칼, 그룹의 기대주에서 위기의 뇌관으로
2017년까지 연간 2~3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룹을 먹여 살렸던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산업의 공급 과잉과 중국의 자급자족 전략, 그리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합니다.
2024년에는 회사채 관련 재무약정을 위반하면서 기한 이익 상실 위험이 현실화되었고,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등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설이 고조되었습니다.
3.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 롯데건설을 덮치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금리 급등은 건설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롯데건설은 약 5조 원 규모의 PF 우발채무를 떠안은 상태로, 2022년부터 유상증자와 계열사의 지원을 통해 간신히 자금 위기를 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 또 다른 건설사(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선언으로 인해 PF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었고, 롯데는 ‘프로젝트 샬롯’이라는 펀드를 구성해 추가 자금 2.3조 원을 긴급 수혈하며 위기 대응에 나섰습니다.
4. 롯데쇼핑, 사드 사태와 이커머스에 무너진 유통 본진
롯데쇼핑은 한때 연매출 30조 원에 달하며 그룹의 유통 축을 담당했지만,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사업 철수와 함께 실적이 급락했습니다. 이어 쿠팡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매출과 이익 모두 지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롯데쇼핑은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부채 부담이 가중되었으며, 현재는 부동산 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 대응 중입니다.
5. 자산은 많은데, 왜 위기일까?
실제로 롯데그룹은 약 15조 원의 현금과 56조 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만 본다면 위기의 본질은 ‘현금 부족’이 아니라 단기 채무 압박과 수익성 저하로 인한 자금 유동의 비효율에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와 같은 핵심 자산을 담보로 내놓으면서 시장 신뢰에 금이 가고 있으며, 신용등급 하락 → 차입 비용 증가 → 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이 현실화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결론: 위기의 본질은 투자 전략의 실효성
롯데의 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닌, 지난 10년간의 차입 기반 확장 전략이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경기 하강, 이자 부담 증가, 수익성 저하라는 복합 요인이 롯데를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롯데는 ‘성장의 상징’이었던 롯데케미칼과 롯데월드타워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진정한 ‘내실’을 추구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