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년 6월 4일
스팸, 단순한 통조림 그 이상
명절이면 빠지지 않는 선물세트, 밥도둑으로 불리는 스팸(SPAM). 한국에서는 고급 식품으로 여겨지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다소 대중적이고 저렴한 통조림 햄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러나 이 스팸이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배경에는 한 가족의 역사와 시대를 관통하는 굴곡진 여정이 있었습니다.
1891년, 시카고 도살장에서 시작된 이야기
스팸의 역사는 1891년 조지 A. 호멜(George A. Hormel)이 미네소타주 오스틴(Austin)에 육류 가공 회사인 Hormel Foods를 설립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고기를 낭비하는 직원에게 찢어진 지폐를 보여주며, 고기의 소중함을 일깨웠다고 합니다.
이후 그의 아들 제이 호멜(Jay Hormel)은 아버지와 달리 혁신적인 경영 방식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육류 제품' 개발에 힘썼습니다.
1937년, ‘스팸’이라는 이름의 탄생
고기 생산 중 생기는 부속 부위를 활용해 만든 제품에 대한 이름을 정하기 위해 100달러 상금을 걸고 공모를 진행했고, 배우 케니스 다이그가 제출한 ‘SPAM(Spiced Ham)’이 채택되면서 1937년 7월 5일, 첫 스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스팸과 전쟁: 2차 세계대전의 히어로
스팸은 2차 세계대전 중 전투식량으로 채택되면서 전성기를 맞습니다. 열량이 높고 보관이 쉬우며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군대에서의 활용성을 높였습니다. 당시 미국은 영국과 연합국에 스팸을 대량 수출했으며, 전쟁 기간 동안 1억 3,300만 개가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영국은 ‘스팸랜드(Spamland)’라고 불리기까지 했고, 미국 병사들은 자신들의 캠프를 ‘스팸 빌리지’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스팸이 인터넷 용어가 된 이유
1970년 영국 BBC의 풍자 코미디 몬티 파이튼에서 모든 메뉴에 스팸이 들어가는 식당 장면이 방영된 이후, 스팸은 '과잉'과 '불필요한 반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후 이 개념이 이메일로 확장되어 원하지 않는 광고성 이메일을 스팸 메일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한국에서 고급 식품이 된 이유
한국에는 6.25 전쟁 당시 주둔한 미군을 통해 스팸이 들어왔습니다. 당시 부족한 식량 사정 속에서, 미군의 보급 식품 중 하나였던 스팸은 고기의 대체품으로 활용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부대찌개라는 음식이 탄생한 것도 이 시기의 산물입니다.
1987년에는 CJ 제일제당이 미국 호멜사와 제휴하여 스팸을 국내 생산하게 되었고, 명절 선물세트로 기획하여 대성공을 거두면서 오늘날 한국인의 ‘밥도둑’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스팸
현재 스팸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저염 스팸, 라이트 스팸, 스팸 데리야끼, 할라피뇨 스팸은 물론, 스프레드형 스팸, 칠면조 고기로 만든 스팸까지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이 매우 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