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더부룩할 때 찾는 국민 소화제, 부채표 활명수. 120년 넘게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은 단순한 의약품을 넘어 대한민국 최초의 상표 등록 브랜드이자, 독립운동의 숨은 조력자였습니다. 지금부터 그 놀라운 역사와 비하인드를 살펴봅니다.
1. 생명을 살리는 물약, 활명수의 탄생
1897년, 고종 황제의 공중선전관이었던 민병호는 민중의 건강을 위한 생약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궁중 생약 비방에 서양의학을 접목해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의 활명수를 개발했습니다.
같은 해, 그의 아들 민강은 서울 순화동에 ‘동아약방’을 세우고 활명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 병 가격이 설렁탕 두 그릇과 맞먹을 정도로 비쌌지만, 효능이 입소문을 타며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2. 국내 최초 상표 등록, ‘부채표’의 탄생
1910년, 모방 제품이 넘쳐나자 민강은 활명수의 차별화를 위해 ‘부채표 활명수’를 상표 등록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공식 상표 등록이었으며, 이후 ‘부채표’는 활명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한, 유사 제품 방지를 위해 ‘활명액’ 등 관련 상표도 선제적으로 등록했으며,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선진적인 브랜드 보호 전략이었습니다.
3. 독립운동의 자금줄이 된 활명수
활명수를 개발한 민강은 단순한 사업가가 아닌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는 상해 임시정부와의 비밀 연락망이었던 ‘서울 연통부’를 운영하며, 활명수 판매 수익 일부를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만주에서 활명수를 팔아 얻은 수익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이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경제적 독립운동을 가능케 한 창의적인 방식이었습니다.
4. 경영 위기와 새로운 도약
1931년, 민강이 옥중 순국한 후 동아약방은 큰 위기를 겪습니다. 부채는 매출의 두 배에 달했고, 파산 직전이었죠. 하지만 윤창식이라는 또 다른 독립운동가가 회사를 인수해 경영을 재정비하고, 1937년 만주국 특허를 획득하며 국내 최초의 해외 상표 등록 브랜드로 거듭납니다.
5. 가스명수와의 경쟁, 까스활명수의 등장
1965년, 삼성제약에서 가스명수를 출시하며 활명수의 아성에 도전합니다. 이에 동화약품은 1967년, 탄산이 들어간 까스활명수를 개발해 대항합니다.
두 브랜드의 경쟁은 광고에서도 치열했습니다.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니다”는 유명 광고 문구는 활명수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6. 편의점 유통 전쟁과 ‘가스와’의 대응
2011년, 정부가 일부 의약외품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면서 가스명수는 입점 성공, 하지만 의약품 분류인 까스활명수는 입점이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동화약품은 의약외품으로 개발한 ‘가스와’를 출시해 빠르게 대응했고, 편의점 유통망을 통해 젊은 층 공략에 성공합니다. 현재 가스와는 활명수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7. 리베이트 논란과 기업 윤리의 과제
2013년, 동화약품은 리베이트 쌍벌제 위반으로 50억 원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국내 최초 상표 브랜드로서의 역사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의 관행에 편승한 이 사건은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8. 브랜드의 진화와 제품 확장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활명수도 변화했습니다. 1968년엔 숙취용 ‘알활명수’, 1982년에는 한글 표기, 2009년에는 다시 한자 표기 디자인이 도입됐습니다.
최근에는 ‘까스활명수 코마’와 ‘활명수 어린이용’ 등 세분화된 제품군으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고 있으며,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기능성과 감성 모두를 잡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정리: 120년 브랜드가 말해주는 지속의 가치
부채표 활명수는 단지 오래된 약이 아닙니다. 그것은 브랜드 보호의 시작이자, 독립운동의 일환이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소비자 신뢰의 상징입니다.
광고 문구처럼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니다.” 지금도 이 브랜드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생명에 대한 책임을 품고 소비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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