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년 5월 27일
1. 전쟁 전의 황금기: 무역의 전성시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세계 무역의 황금기로 불릴 만큼 자유무역이 확대되던 시기였습니다. 영국의 파운드화를 중심으로 한 고정환율제(금본위제), 철도·해운·전신 기술의 발달, 상대적 평화(팍스 브리타니카) 등이 무역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이 시기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간의 상품·자본·인력의 이동은 전례 없는 수준이었으며, 세계화의 기반이 만들어졌습니다.
2. 전쟁의 충격: 무역망의 붕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전 세계 무역은 심각한 충격을 받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전시 경제 체제로 전환하며 민간 교역을 제한했고, 해상 봉쇄와 무역 루트 차단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영국과 독일 사이의 해상 봉쇄전, 수출입 금지령, 전략 물자 우선 배분 등은 국제 무역의 단절을 초래했으며, 특히 중립국들조차 무역 기회 상실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3. 전쟁 경제의 등장과 무역의 국가화
전쟁은 시장 중심의 자유무역 체계에서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했습니다. 각국 정부는 군수산업 중심의 자원 배분, 수출입 통제, 가격 고정 등을 통해 경제를 전쟁 수행에 맞게 조정했습니다.
이는 곧 민간 기업 중심의 무역 시스템이 붕괴되고, 전쟁을 위한 물류 체계가 우선시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국제 분업의 사슬이 끊기며, 자국 중심주의(autarky)가 부상하게 됩니다.
4. 전후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전쟁이 끝난 후, 유럽은 심각한 경제 불황에 빠졌습니다. 독일은 전쟁 배상금 문제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었고, 영국과 프랑스도 외채 부담과 산업 붕괴로 경제가 침체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게 됩니다.
특히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은 세계 무역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각국은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5. 경제 블록화와 글로벌 분열
1930년대 들어 무역은 점점 자유경쟁이 아닌 블록 경쟁으로 재편됩니다. 영국은 스터링 블록(Sterling Bloc), 프랑스는 프랑존, 독일은 동유럽과의 쌍무무역을 추진하며 자국 중심의 경제권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무역의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으며, 결국 세계화의 단절과 민족주의적 경제 정책이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결론: 전쟁은 무역의 가장 큰 리스크
제1차 세계대전은 무역이 얼마나 정치적 불안정성에 취약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전쟁은 무역 루트를 끊고, 자유로운 시장을 파괴하며, 경제를 폐쇄적이고 자급자족적인 방향으로 몰아갑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제 충돌 등 국제정세 불안은 현대 무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역 안정성을 위해서는 정치적 협력과 국제 규범의 강화가 필수적입니다.